붉은 빛으로 물든 세계문화유산
토함산 기슭에 있는 불국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찰로 통일신라 시대의 경덕왕 때 지어진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입니다. 다른 지역의 단풍이 거의 다 떨어진 시기인데도 가을을 아직 보낼 수 없다는 듯이 불국사로 올라가는 길목은 화려한 붉은빛을 뽐내고 있어요. 불국사를 복원할 때 경주 안압지를 모델로 하여 조성했다는 반야연지 수면 위로 떨어진 낙엽들이 울긋불긋합니다.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 사방이 단풍으로 가득한 붉은빛 숲의 풍경은 그야말로 예술이이에요. 걸음마다 감탄을 내뱉으며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이 밟히는 소리에 마음마저 편안해져 하염없이 머물고 싶어져요. 지나가던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금세 인증숏을 찍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합니다. 발걸음을 떼기 쉽지 않았지만, 눈에 한 번 더 담고 자리를 뜹니다.
불국사의 국민 포인트로 불리는 연화교와 칠보교 연화교는 연꽃을 닮은 다리, 칠보교는 칠보로 장식된 다리로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아름다움은 여전합니다. 특히 가을이 되면 붉은 단풍과 푸른 하늘, 석재로 만들어진 다리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을 경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해요.
오기 전에 한 번 더 읽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에서 불국사에 관해 읽었던 기억을 더듬어보았어요. 산비탈에 평지 사찰처럼 세우기 위해 축대를 쌓은 것이 불국사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큰 아름다움이 되었다는 내용이 씌어 있었습니다. 전에 왔을 때는 이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갔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이런 것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국사는 지붕 처마를 받치고 있는 목조 건축양식에 화려한 색과 무늬가 멋스러움을 더하고 뒤쪽으로 붉은빛 단풍이 가을의 색감을 더합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대웅전 앞에는 양옆으로 석가탑과 10원짜리 동전 속에 있는 다보탑을 볼 수 있는데요. 요즘은 10원짜리 동전을 쓸 일이 없는데 경리단길에 가면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10원 빵을 판매하고 있어 특색있는 먹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년시절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던 사진첩 속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곳이였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 찬찬이 둘러보니 볼거리와 매력을 뽐내는 곳이였어요. 가을의 끝자락을 잡으러 떠난 이 곳에서의 그림 같은 풍경을 뒤로 하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돌려봅니다.